달라진 채용 풍경: 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한국 변호사 채용 시장이 몇 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변호사 커리어 플랫폼 '리걸크루'가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게시된 채용 공고 2,242건을 분석한 결과, 로펌 10곳 중 9곳이 13년 차 경력 변호사를 찾고 있었다. 기업 법무 부문은 절반 이상이 독립적 판단이 가능한 46년 차 변호사를 원했다. 제시된 연봉(세전)은 8,400만 원에서 1억 2,000만 원 수준이 가장 많았다.
문제는 신입이다. 채용 공고 중 신입 변호사를 뽑는 곳은 15%에 불과했다. 2025년 제1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744명 중 10대 로펌에 입사한 인원은 227명(13%)이었고, 검찰(90명)과 법원 재판연구원(143명)을 합쳐도 '좋은 일자리'에 들어간 비율은 26.4%였다. 나머지 1,284명은 중소형 로펌, 기업 법무팀, 공공기관 등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변협 연수원에서 6개월간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는 합격자가 574명까지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방 로스쿨 출신의 벽은 더 높다. 같은 해 10대 로펌 신입 227명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출신이 77.6%(177명)를 차지했다. 반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지방 로스쿨 출신으로 10대 로펌에 입사한 사례는 경북대 2명, 원광대·강원대·아주대·부산대 각 1명씩, 총 6명에 그쳤다.
로펌·기업·공공기관, 어디로 갈 것인가
| 구분 | 선호 연차 | 제시 연봉 수준 | 주요 업무 | 장점 | 고려할 점 |
|---|
| 대형 로펌 | 1~3년 차 | 8,400만~1억 2,000만 원 | 서면 작성, 기록 검토, 재판 기일 출석 | 높은 보수, 체계적 교육 | 경쟁 치열, 서울 상위권 로스쿨 유리 |
| 중소형 로펌 | 신입~3년 차 | 로펌별 편차 큼 | 사건 수임, 법률상담, 소송 수행 | 실무 경험 빠르게 습득 | 업무 강도, 보수 불안정 가능 |
| 기업 인하우스 | 4~6년 차 | 시장 평균 수준 | 계약 검토, 컴플라이언스, 분쟁 대응 | 정시 퇴근, 안정적 | 독립적 판단 능력 요구 |
| 공공기관·정부 부처 | 경력 무관 | 공무원 보수 체계 | 법제 심사, 행정심판, 정책 자문 | 고용 안정성, 워라밸 | 채용 인원 제한적 |
AI가 기초 업무를 대체하면서 채용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단순 문서 작성이나 법률 리서치만 할 줄 아는 인력보다, 바로 실무에 투입돼 의뢰인을 상대하고 사건을 이끌어갈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분위기다. 중소 로펌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뒤 대형 로펌이나 기업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다.
취업 준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1. 로스쿨 재학 중부터 실무 경험을 만들어라. 법률구조공단,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방자치단체 무료 법률상담 등에서 자원봉사나 인턴십을 하면 이력서에 쓸 실무 경험이 생긴다. 로펌 하계·동계 인턴십도 소수지만 기회가 열려 있다. 30대 중반 신입 변호사 김모 씨는 "로스쿨 2학년 때부터 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조정·상담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한 것이 중소 로펌 면접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2. 연수원 기간을 '경력 빌드업' 기간으로 활용하라. 변협 연수원의 6개월 실무교육은 단순히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모의재판, 법률문서 작성, 실무 특강에 적극 참여하고, 연수원 내 취업 박람회나 설명회에서 인맥을 쌓는 것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연수원 자체가 채용 정보 플랫폼과 연계한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 이력서에서 '전문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줘라. "소송 업무를 수행했다"보다 "가압류·가처분 사건 20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가 설득력 있다. 관심 분야를 정해 해당 영역의 판례 분석, 세미나 참석 이력, 논문 게재 실적을 정리해두면 중소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에서 차별화할 수 있다.
4. 지방 거점을 적극 고려하라. 서울의 대형 로펌만 바라보면 문이 좁다.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의 중견 로펌과 지역 기업 법무팀은 꾸준히 변호사를 찾고 있다. 지방 로스쿨 출신이라면 오히려 지역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협력해 기업 자문을 진행하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5. 전문 자격과 병행 전략을 세워라. 변호사 자격에 더해 세무사, 노무사, 감정평가사 등 인접 자격을 함께 보유하면 차별화가 뚜렷해진다. 기업 법무팀 채용 공고에서 "세무·회계 지식 보유자 우대" 같은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IT·금융·바이오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변호사는 협상력이 훨씬 좋다.
지역별 취업 자원 활용법
서울은 대형 로펌과 중견 로펌이 밀집해 있어 '빅펌' 진입을 노리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부산과 대구는 해운·물류, 수출입 기업 관련 법무 수요가 꾸준하다. 광주와 대전은 정부 부처 산하기관, 연구소, 공공기관 법무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아 안정적인 커리어를 원한다면 유리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운영하는 변호사 채용 정보 게시판과 리걸크루 같은 전문 플랫폼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역 변호사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와 친목 모임도 실질적인 채용 정보가 오가는 자리다.
현실을 직시하되 기회를 찾아라
변호사시험 합격이 더 이상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2026년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1,714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시장 포화 신호를 반영한 결과로 읽힌다. 등록 변호사 수는 2025년 5월 기준 4만 397명으로 2006년 1만 명을 넘어선 이후 약 4배로 늘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미래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 즉 인간의 판단과 공감이 필요한 분야는 오히려 변호사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 인공지능 규제, ESG 컴플라이언스, 가상자산, 의료·바이오 등 새로운 법적 수요가 매년 생겨나고 있다.
신입 변호사라면 처음부터 큰 로펌만 고집하지 말고, 자신이 오래 몸담을 분야를 먼저 정하는 것을 권한다. 중소 로펌이나 공공기관에서 2~3년간 실무 감각을 키운 뒤 더 넓은 무대로 나가는 경로는 이미 많은 선배들이 증명한 길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름을 알리며 독립 개업을 준비하는 전략도 매력적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합격이라는 문턱을 넘었다면, 이제 그 능력을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채용 시장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그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설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