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당뇨 임상시험의 현황과 참여 조건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 유치가 활발한 국가다. 한국노바티스는 2012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306건의 국내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을 기록하며 글로벌 제약사 중 1위를 차지했고, 6만 명 이상의 환자가 연구에 참여한 바 있다. 당뇨병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제2형 당뇨병 대상 임상시험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영남대병원 등 전국 주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연구 중 하나는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제2형 당뇨병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마리드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Maridebart Cafraglutide) 3상 임상시험이다. 이 시험은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국내 목표 대상자 수는 수십 명 수준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엄격한 선정 기준을 적용한다.
임상시험 참여 자격을 결정하는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연령: 대부분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일부 시험은 65세 이상 고령층도 포함한다.
- 당뇨병 진단 시점: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지 일정 기간(보통 180일 이상)이 지나야 한다.
- 혈당 수치: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6.5% 이상이면서도 특정 상한선(일반적으로 10% 미만)을 넘지 않아야 한다.
- 체질량지수(BMI): 비만 치료제 병용 연구의 경우 BMI 27kg/㎡ 이상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 기존 치료 이력: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을 관리 중이거나, 최소 3개월간 안정적인 약물 치료를 받고 있어야 한다.
반대로 제외 기준도 존재한다. 최근 3개월 내 체중이 5% 이상 변한 경우, 췌장염 병력, 갑상선 수질암 가족력, 위배출 장애(당뇨병성 위마비) 등이 있는 경우에는 참여가 어렵다. 임상시험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므로, 관심 있는 시험의 대상자 선정 기준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임상시험 참여 절차와 병원별 특징
당뇨 임상시험 참여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먼저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trialforme.konect.or.kr)에서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시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포털에는 시험 단계, 대상 질환, 실시 기관, 대상자 선정 기준, 시험 기간 등이 상세히 공지된다. 관심 있는 시험이 있다면 해당 병원의 임상시험센터나 내분비내과에 직접 문의하면 된다.
병원 선택도 중요하다.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이 접근성이 좋다. 경기 지역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동국대일산병원이, 영남권은 영남대병원, 경북대병원이, 충청권은 충남대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가천대 길병원(인천)과 아주대병원(수원)도 글로벌 임상시험에 자주 이름을 올린다. 병원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정기 방문 부담이 줄어든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대개 다음과 같은 혜택이 따른다.
- 시험 약물과 관련 검사 비용은 연구비로 충당되므로 참가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
- 방문 시 교통비와 시간 보상 명목의 참여 수당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금액은 시험마다 다르며, 통상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의 적정 보상액이 책정된다.
- 연구 기간 동안 내분비내과 전문의의 정기적인 혈당 모니터링과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새로운 치료제의 효과를 가장 먼저 경험할 기회가 생긴다.
다만 임상시험에는 무작위 배정이 적용되므로, 실제 약물을 받지 못하고 위약(placebo)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은 반드시 사전에 연구진과 충분히 논의하고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또한 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한 설명과 대처 방안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상시험 선택 시 고려할 사항
당뇨 임상시험을 고를 때는 단순히 '신약'이라는 점만 볼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아래 표는 주요 비교 포인트를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대형 대학병원 임상시험 | 중소병원·지역센터 임상시험 | 글로벌 다국가 임상시험 |
|---|
| 대표 기관 |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분당서울대 | 강남성심병원, 원주세브란스 등 | 국내 주요 대학병원 공동 참여 |
| 시험 단계 | 2상~3상 다양 | 주로 3상, 4상 | 3상 중심 |
| 방문 빈도 | 월 2~4회 수준 | 비교적 적은 편 | 시험 설계에 따라 상이 |
| 장점 | 연구진 규모가 크고 시설이 우수 | 접근성이 좋고 대기 시간이 짧음 | 최신 글로벌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접함 |
| 유의점 | 인원이 많아 개별 케어가 분산될 수 있음 | 참여 가능한 시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 | 프로토콜이 엄격해 제외 기준이 세밀함 |
| 어떤 유형을 선택하든, 참여 전에 반드시 다음 사항을 확인하자. 첫째, 임상시험의 단계(1상부터 4상까지)와 목적을 이해해야 한다. 3상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대규모로 검증하는 단계로, 일반 환자가 참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둘째, 시험 기간과 방문 횟수가 자신의 일상과 맞는지 확인한다. 셋째, 시험 종료 후 후속 치료 계획에 대해 연구진과 미리 상의한다. | | | |
참여를 결정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임상시험 참여는 자발적인 선택이다. 어떤 시험에도 억지로 참여할 필요가 없으며, 중도에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다만 중도 탈락 시 기존 치료로 복귀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족력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담당 주치의와 먼저 상담하는 것을 권장한다. 예를 들어 갑상선 수질암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염을 앓은 적이 있다면, GLP-1 계열 약물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리고, 연구진에게 모든 약물 복용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2025년 하반기부터 제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그는 "기존 경구약으로는 목표 혈당에 도달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에 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임상시험을 권유받았다"며 "정기 검진과 전문의 상담이 기본으로 따라오고, 참여 수당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참가자가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위약 배정으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고, 방문 일정을 맞추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당뇨병 임상시험 정보는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웹사이트와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서 주기적으로 갱신된다.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시험만 공개되므로 허위 정보에 속을 일은 드물지만, 개인 블로그나 중개 사이트를 통한 참여 권유에는 주의해야 한다. 공식 채널을 통해 시험을 확인하고, 직접 병원에 문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새로운 치료 옵션을 고민 중이라면, 가까운 대학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행 중인 당뇨 임상시험을 확인해보자. 혈당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